::: 천주교 대구대교구 인동성당 :::

"술 한잔 합시다."하고 말한다면 그것은 꼭 한 잔의 술만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사목 상임위원회를 마치고 한잔의 술을 했다. 한 잔의 술이 이 늦은 시간에 사랑하는 우리 신자들을 만나게 만들었다. 정말 신자들을 사랑하고 싶은 데 뜻데로 말한마디 잘 표현하지 못하는 모자람에 자신을 아쉬워 한다.
사람은 아마도 누구에게나 하느님께서 주신 탈란트를 가지고 살아 가고 있다. 내 생각에 나에게 주어진 탈란트는 기다릴 줄 알고 포용하려교 노력할 줄 아는 탈란트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오늘 상임위원회를 마치고 함께한 사목위원들에게도 저의 이런 뜻을 말씀 드렸다. "저는 일 보다는 사람을 중시 하는 사목을 하고자 합니다. 일의 성과에 연연하기 보다 한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마음으로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길 바람니다." 저의 바램입니다. 인동 공동체가 화려한 비상보다, 서로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공동체, 마음으로 살아가는 공동체이길 간절히 염원해 봅니다. 저도 부족함이 많지만 여러분들의 헤아림 속에 성장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사제 생활 26년 6개월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오랜 시간 군종사목, 교포사목 후에 그리고 교구로 돌아 와 성주, 자인, 동인 조그마한 공동체의 주임신부로 생활하다 큰 공동체의 책임 신부로 발령 받고 아직 적응을 잘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여러 모로 기쁨을 주는 인동 공동체는 저에게 큰 선물입니다. 오직 사제로서 헌신하고 싶다는 생각 뿐입니다. 그런데 저의 이런 뜻을 이 공동체가 어떻게 받아 들일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마음으로 함께 한다면 기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이 늦은 사제 생활에 처음으로 교구로 부터 대구 ME 지도신부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막막합니다. 후배 신부님들이 오랫동안 맡아왔던 공동체를 늦은 시간에 책임을 맡게 되니 무거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지도신부의 뜻보다, 살아가고 있고, ME를 함께 하고 있는 부부님들의 뜻을 헤아릴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인동공동체도 제 생각보다 교형자매님들의 생각을 헤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 함께 참여하여 신명 나는 공동체, 함께 하는 공동체, 기쁨 가득한 공동체를 꾸미고 싶습니다. 헌신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교형자매님들도 동참해 주시길 간절히 빕니다.
하느님 혹시 저 혼자만 신명 내는 것은 아니겠지요?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진짜로 흠많은 신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