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교 대구대교구 인동성당 :::

다롱이가 드디어 두번째 도전에서 천생산의 많은 계단을 거침없이 올랐습니다. 내심, 출발할 때 걱정을 했었는데, 저의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번 글에서도 적었습니다만, 산길을 잘 가다가 스텐으로 만든 계단에서 포기를 해야하는 아픔(?)을 겪었으니까요.

다롱이는 제가 자인성당에 부임하자 잘 아는 신자로부터 순수한 국산종 삽살개라면서 생후 2개월 된 강아지를 선물로 받았습니다.(2001년 4월) 자인에 있을 때, 제가 산악자전거를 타기 위해 나가면, 늘 쫓아 와서 험한 산중을 같이 달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때도 자인에 계단 하나가 있었는데, 거기는 겁을 내면서 오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나 동인동으로 이사해서는 성당이 도심 한 가운데라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또 사제관이 2층이라 계단을 오르지 않고서는 제 현관 문 앞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다롱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저의 현관 문 앞) 처음에는 망설이드니 금방 계단에 익숙해 졌습니다. 그런데 천생산 철계단은 옛날의 아픔을 기억하게 했는지, 중도에 너무 겁을 먹어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오늘 아침 제가 현관문을 열고 나오니 다롱이는 저의 등산용 신발 냄새를 맡습니다. 성당안에 있을 신발인지, 외출용 신발인지, 아님 등산용 신발인지 냄새로 구별하는가 봅니다. 저의 등산화 냄새를 맡자 좋아라고 펄쩍 펄쩍 뜁니다. 천생산 가는 것을 알아체리고는 신나합니다. 그리고 앞장 서서 길을 안내 합니다. 산에서도 갈림길에 앞장 서서 가는 길을 안내 합니다. 제가 약 올릴 양으로 갈림길에서 엉뚱한 길로 가면 쫓아와 '도대체 왜 그러느냐는 듯' 원망어린 눈길을 보냅니다. 그래도 저를 미워하지 않고 제가 조금 처지면 서서 기다려 주는 아량(?)까지 베품니다.

드디어 철 계단이 보였습니다. 짧은 첫 계단을 먼저 거침없이 올라 갔습니다. 두번 째 긴 계단에서도 먼저 올라 갔습니다. 지난 번 멈춰서 꼼짝 않던 곳도 거침없이 지나 갔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가파른 계단 앞에서는 잠시 머뭇거리드니 뒤로 돌아 섰습니다. 내려 가려는 듯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때 "다롱아 다왔다 그냥 올라가자"라고 했드니, 다시 돌아 서면서 따라왔습니다. 정상에 올라 바위 끝에 둘이 앉아 안개 때문에 잘 안보이지만 인동성당을 바라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내가 쓸데 없는 걱정을 했구나!

오늘 복음에 주님께서 "두려워하지 마라"고 하셨습니다. 성서에 365번이나 나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두려움에 떨어가면서 사는지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사람들은 걱정하는, 두려워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일어나지도 않은 것에 대한 걱정이랍니다. 이것을 "예기불안"이라고 심리학에서는 말합니다. 사실 다롱이랑 천생산 정상을 가면서 이번엔 갈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주님께서는 우리의 머리카락 하나까지도 다 세어 두신, 사랑 가득한 분입니다. 염려하지 않고, 힘차게 살아가는 우리들이 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