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섭 바르톨로메오 신부 / 인동성당 주임
일을 앞두고 시간이 많다고 해서 꼭 준비가 잘 되는 것은 아 닙니다. 또 많이 알고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정작 그 사람 의 처신이 그렇게 지혜롭다거나 본이 될만한 것이 못되는 경우 도 많습니다. 강력한 힘, 검증된 능력, 평범(平凡)한 것 보다는 비범(非凡)하고 비상(非常)한 것을 쫓아 살아가는 이들도 많지 만, 겉으로 내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서 예상 밖의 초라 한 결과에 서로 놀라곤 합니다. ‘아! 이게 아니었네?’ 하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옳은 말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더 좋아합니다. 그게 사람입니다. 법보다는 사람을 챙기고 싶어하고, 결과만 봐서 따지기보다는 그 과정을 또한 소중히 보려 애쓰고, 실수나 잘못을 말하기보다 그런 잘못을 통해서 얻는 배움을 더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그런 마음으로 살고 싶어합니다. 무결점보다는 차라리 도와달라고 웃으며 머리 숙일 줄 아는, 평범하지만 그래도 속이 제대로 된 사람이고 싶은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괜찮아 보이는 세상적인 기준이 사실 사람들의 진짜 마음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사는 것 같이 사는 것’ 이 쉽진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어렵고 싫은 일은 아니라 합니다. 깨달음이 좀 필요한 일이겠습니다. 한 스승이 제자들이 마지막 가르침을 청하자 당신의 입을 떡 벌려 보이며 묻습니다. ‘내 이가 있느냐?’ ‘하나도 없습니다.’ ‘그럼 내 혀는 남아 있느냐?’ ‘있습니다요.’ ‘이게 뭐야! ’ 하며 맹한 제자들에게 스승이 그때 말씀하십니다. ‘강한 것이 먼저 없어지고 부드러운 것이 남는 법이다. 천하의 이치가 이 입속에 있느니라.’ 그렇습니다. 흔히 생각하듯 강한 것이 늘 이긴다는 법도 없고, 그러려니 생각되는 것이 사실 따지고 보면 그간의 오해였던 경우도 있는 것입니다. 인생에서의 성공, 행복의 조건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같은 오해는 계속됩니다. 돋보이는 지위나 직업의 인물도 아니고, 그저 목수요 마리아의 아들이며, 뻔한 사람들인 야고보, 요세, 유다, 시몬과 형제간일 뿐인 예수님을 두고 나자렛의 이웃들은 가장 틀에 박힌 판단을 내립니다. 자기 틀에 갇히니 남도 그 틀에 가두려 합니다. 평범하지만 특별하신 그분의 ‘다름’ 을 그들은 오히려 ‘못마땅하게’ 여기고 맙니다. 아닌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이 마음의 문을 닫으니, 축복도 은총의 시간도 끝나 버리고 맙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약점에 실망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는 세상의 기준에 따르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힘이 나에게 머무를 수 있도록 더없이 기쁘게 나의 약점을 자랑하렵니다.’ 하는 그에게서 우리는 신앙인의 세상사는 법을 발견합니다. ‘그리스도를 위해서라면 약함도 모욕도 재난도 박해도 역경도’ 늘 달갑기만 합니다. 세상 범생(凡生)들 가운데 하느님나라를 세우려 스스로 자신을 낮춰오신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선 우리도 좀 더 평범해지고 편하고 부드러운 이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se.bmp (33.7K), Down:59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