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인간에게 필연적인 일이지 결코 우연적인 일(사고)이 아니다.
누구나 한번은 죽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죽음은 우연히 닥치는 사고로 생각하고
죽음 앞에서 "하필이면 왜 내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죽어야 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정해 주신 자연의 이치이건만....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은 죽음은 정해져 있지만
그 시기는 아무도 알 수가 없기 때문인듯 하다.
그래서 우리는 거의 죽음이라는 현실은 잊어버리고 살아있음에 취해서 살아간다.
그렇다하더라도 죽음은 인간에게 필연적인 일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반면에
삶은 결코 필연적인 일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살아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한다.
마치 자기가 제 생명을 창조하고 유지하기라도 하는 듯 말이다.
그러나 밤새 종합병원 응급실을 지켜보면
산다는 것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력으로 한시의 생명도 연장하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죽음이라는 필연을 겪고 있다.
현재 내가 눈뜨고 살아가는 세상은 산 사람들 만의 세상이고
따라서 우리는 산  사람만을 안중에 두고 살기에 삶만을 본다.
죽는 사람보다 살아있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한다.
그러나 역사를 관통해서 볼 때 살아 숨쉬고 있는 사람보다 죽어간 사람들이 훨씬 많다.

나는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죽는다는 쪽은 산다는 쪽보다는 훨씬 자명한 일이다.
산다는 것은 순전히 우연이다.
그리고 가능성의 상태이다.
자신에게서 오기보다는 그것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가능성이다.
선물이다.
선물은 줄 수도있고 안 줄 수도 있다.
선물을 베푸는 주인의 맘에 달린 것이다.
오늘도 주인은 나에게 삶을 주었다.
우연히도,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공짜로 얻었다.

그러므로 우리 삶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아니라 겸손히 감사드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