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교 대구대교구 인동성당 :::

찬미예수님!
인동성당 서정섭 바르톨로메오 주임신부님을 멀리 떠나 보내며 드리는 글

요즈음 베이징 올림픽의 열기와 환호와 축제 분위기로 온 지구가 뜨겁게 달아 올라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환하게 웃고 즐거워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그 동안 저희들의 삶 속에서 또 저희들의 신앙생활 속에서 크다랗게 자리를 차지하고 계셨으며, 또 우리 인동본당 모든 신자들의 영적인 아버지이셨던 분, 신앙생활의 길잡이셨던 우리 신부님께서/ 이제 우리 곁을 떠나시기 때문입니다.
돌이켜 보면/ 낙동강가 어느 한 식당에서 (잉어찜으로) 조촐하게 점심을 드시며 첫 대면을 한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이란 세월이 흘러, 이제 하느님의 또 다른 부르심에 순명하는 사제의 길을, 가까이도 아닌 저 멀리 이국 땅으로 가셔야 하는/ 우리 신부님의 모습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시리고 심장을 도려내는 듯 저려옴은 어찌할 수가 없는 회자정리의 이치인가 봅니다. 결코 짧지 않은 많은 시간을 우리와 함께 울고 웃었던 신부님을/ 이제 보내 드려야 하는 서럽고 아쉬운 이별을 준비해야 하다니요!.
우리들 가슴 가슴마다 흐르는 영혼의 눈물이/ 도도히 흐르는 저 강물처럼 흘러/ 메마른 영혼의 들판을 적시다 못해 홍수처럼 넘쳐나도 모자랄 것 같이 애석하고 슬프지만/ 이 아쉬운 석별을 조금이나마 달래보려는 심정으로 우리인생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생은 언제나 만남과 이별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부모와 자식으로 만나 생을 다한 뒤에 헤어지는 애틋한 이별이 있고
남자와 여자가 부부로 만나 천년만년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언젠가는 한 사람을 반드시 먼저 보내야 하는 가슴 아픈 이별도 있습니다.
학창시절엔/ 정든 친구들과 이별하고 존경하던 스승님들을 이별하고, 또 이사를 하면/ 정든 이웃과 이별하고……, 이런 수많은 이별 가운데에서도/ 오늘 같은 석별은/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약이 있기에/ 가슴 저린 아쉬움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더라도/ 우리들의 가슴이 이렇게 저며오는 것은 아마도/ 그 동안 저희들을 위하여 성심과 열의로써 사목에 임하셨던 신부님의 열정과 사랑을 잊을 수 없는 탓이며, 미사전례나 기도나 모든 신앙생활에서/ 원칙이 무엇이고 정도가 무엇인지를 우리들에게 깨우쳐주신 신부님의 꼼꼼함 때문이며, 때로는 직설적 꾸중의 채찍으로, 때로는 사랑의 말씀으로 우리들의 그릇됨을 바로잡아 주셨던 신부님의 탁월함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때로는 신부님의 매서운 채찍이 우리들에겐 순간적 상처가 되었더라도/ 그것이 곧 저희에게 큰 깨우침으로 돌아와 신앙의 성숙으로 되갚음 됨을 우리는 늘 느꼈고 감사하였습니다.
(조금 전에 보셨겠습니다만) 신부님께서 우리본당에서 재임하시는 동안 많은 성장과 변화를 이루셨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본당 홈페이지 구축과 활성화는 우리나라 어느 본당보다도 탁월한 내용과 짜임새로 타 본당의 부러움을 독차지하게 되었고, 우리본당에는 분에 넘치는 보좌신부님을 모셔와 주일학교를 활성화하고 체계화하셨으며, 소공동체 또한 일일이 물음에 답하시는 열정으로 체계화시켰으며, 사회복지영역에서는 내용면에서의 향상과 발전을 가져 와 5대리구 내에서도 항상 우리 본당이 선구자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하셨으며, 미사전례에서는 원칙과 그 심오한 뜻을 저희들에게 가르치시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이런 모든 업적을 이루시려고 불철주야 애써주신 신부님께서는/ 우매한 우리들로부터 되돌려지는 독화살을 조금도 마다 않으시고/ 사랑으로 승화시켜 영적인 열매로 우리들에게 되돌려 주셨습니다. 어찌 우리가 감사하다 아니할 수 있으리요마는 어떠한 형용사나 미사여구로도 이 깊은 사랑에 맞갖은 감사의 말씀을 표현할 수 없을 것이기에 그저 ‘신부님 감사합니다’ 하고 고개를 숙이는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이 모든 업적이/ 분향처럼 하느님께 들어올려져서 하느님께 영광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제 우리가 이 석별이 좀더 뜻있는 석별이 되기를 원하기에, 곧 다가올 파아란 가을하늘 아래서 우리들의 약속이 소망으로 열매 맺고 , 저 푸르런 산의 산울림이 우리가슴에 잔잔한 울림으로 여울지듯/ 우리들의 진한 그리움이 우리 가슴 가슴에 머물게 되기를 바라면서 신부님을 따뜻이 보내드리도록 합시다.
몸은 멀리 떠나 있더라도 하느님 보시기에 훌륭한 사목활동 하시고, 돌아오실 때까지 영육간의 건강과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 하시기를 우리 모두 힘을 모아 기도 드립시다.
그 동안 신부님 감사했습니다..

2008.08.17
인동성당 신자 대표 남충희 라파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