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독서: 여호 5,9ㄱㄴ.10-12 / 2독서: 2코린 5,17-21 / 루카 15,1-3.11ㄴ-32

이 그림은, 화가 램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라는 그림입니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 말씀을 묵상하고 그린 것이지요.

그림의 왼쪽에 한 노인이
남루한 거지 몰골의 젊은이를 안고 있는데,
아버지와 작은아들의 모습입니다.
이곳엔 빛이 비치고 있습니다.
렘브란트는 아버지가 작은아들을 안고 있는 모습에서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아버지 품에 안긴 아들의 모습이
흡사 엄마 품에 안긴 어린아이 같지 않습니까?

아들을 감싸 안고 있는 아버지의 양손의 모습이
서로 다르게 표현되어 있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이 부분에 빛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왼손은 남자의 손이고
오른손은 여자의 손입니다.
작은아들의 어깨를 감싸는 왼손은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변함없는 마음을 표현한다면,
매끈한 오른손은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위로를 의미합니다.
이 두 손에서 렘브란트는 하느님 아버지의 부성과
모성을 함께 표현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큰아들은 그림의 오른쪽에 어둠 가운데 지팡이를 짚고
꼿꼿한 자세로 서 있습니다.
아버지는 작은아들을 품에 안으며 몸을 굽히고 있지만,
큰아들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큰아들은 아버지와 닮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수염이 있고, 붉은 망토를 걸치고 있습니다.
얼굴도 닮은 것 같죠?
그러나 큰아들은 아버지와 동생과의 만남과는
거리를 두고 분리되어 있습니다.
큰아들은 아무런 표정 없이 방관자의 차가운 시선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예수님은 ‘죄인들을 받아들이고
또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당신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에게
이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은 죄인을 단죄했지만,
하느님께서는 죄인들의 회개를 바라신다는 것을
이 비유를 통해 가르쳐주십니다.

아버지는 분명 큰아들에게도 가산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작은아들이 아버지께 자신에게 돌아올 몫을 달라고 했을 때,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가산을 나누어주셨지요.
작은아들은 자기 것을 챙겨서 떠난 반면,
큰아들은 아버지 곁에 머물렀습니다.

어느 날 집을 나간 동생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형은
기뻐하기는커녕, 오히려 화가 났습니다.
작은아들을 야단치고 혼을 내야 마땅한데,
즐거운 잔치를 벌이는 아버지께 화가 난 것입니다.
집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밖으로 나와 그를 타이릅니다.

화가 난 큰아들은 아버지께 대듭니다.
‘보십시오, 저는 여러 해 동안 종처럼 아버지를 섬기며
아버지의 명을 한 번도 어기지 않았습니다.’
큰아들은 스스로를 ‘종’처럼 여겼던 것입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얼마나 가슴 아픈 말이었겠습니까?

그는 아버지께 친구들과 즐기라고
염소 한 마리 주신 적이 없다며 따지는데,
그것은 아버지께서 안 주신 게 아니라,
달라고 청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가산을 미리 나눠주기까지 하신 아버지가
친구와 즐기겠다는 아들에게
염소 한 마리 안 주실 리가 있겠습니까?
사실 그는 아버지께 달라고 청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미 아버지께 받은 재산이 있지 않습니까?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다 네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기 것인지 몰랐습니다.
큰아들은 아버지와 같이 있었으면서도 아버지를 몰랐습니다.

거지 몰골로 나타난 작은아들을
아버지는 아직 그가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먼저 보십니다.
가엾은 마음이 드신 아버지는 아들에게 달려갑니다.
아들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준비한 말씀을 드립니다.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종들에게 이릅니다.
그래서 ‘저를 아버지의 품팔이꾼 가운데 하나로 삼아 달라는’ 말은
입 밖에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고 한 아들에게,
‘가장 좋은 옷을 가져다 입히고 손에 반지를 끼우고
발에 신발을 신겨 주며’
아들의 지위를 회복시켜 주십니다.

아버지에게 중요한 것은 ‘다시 찾은 아들’이었습니다.
“너의 저 아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도로 찾았다.
그러니 즐기고 기뻐해야 한다.”(32절)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는 하느님의 모습은
바로 이런 아버지입니다.
집을 떠난 아들이 언제 돌아올지 늘 기다리시는 아버지.
회개하는 이를 자비로이 용서해 주시며 기뻐하시는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는 잃었던 아들을 다시 찾은 것을 큰 기쁨으로 삼으십니다.
작은아들은 아버지의 집 안으로 들어가
함께 기쁨의 잔치를 즐깁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배고픔과 수치심을 치워주십니다.
아버지와 같은 식탁에 앉은 아들은
용서받는 큰 은총을 입었고,
아버지의 사랑을 깊이 느끼는 기쁨으로 충만했습니다.

그런데 큰아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납니다.
집에 들어가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동생을 용서하고
같은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누며 즐기고 기뻐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그 길로 아버지와 관계를 단절하고
집을 나가버릴 것인가?
그런데 큰아들은 아버지께 그렇게 당당할 정도로 죄가 없을까요?
동생을 단죄할 정도로 회개할 필요가 없을까요?

큰아들은 ‘종’처럼 아버지를 섬겼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가 종처럼 당신을 섬기기를 바라실까요?
아니요. 하느님은 우리의 아버지가 되고 싶어 하십니다.
그래서 참된 회개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방법으로,
그리고 하느님을 아버지로 섬기는 것입니다.

그리스어로 ‘회개’는 ‘메타노이아’라고 하는데,
마음과 정신의 전적인 변화를 가리킵니다.
죄스러운 마음과 정신을 돌려 하느님께로 향하는 것이 회개입니다.
그래서 가장 훌륭한 회개는
온 마음을 다해 하느님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큰아들은 아버지 집에서 줄곧 함께 지냈지만,
아버지로 섬기지 못했고,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를 사랑하지 못한 것이 큰아들의 가장 큰 잘못이었습니다.

큰아들이 겉보기엔 아버지를 닮았고,
아버지와 함께 있으니 회개할 필요가 없는
훌륭한 아들이라고 생각되겠지만,
그 역시 회개가 필요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죄를 용서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새사람이 되었습니다.
하느님과 화해한 우리는 자녀로서 그리스도와 더불어
공동 상속자입니다.

“회개로 나아가는 도정에 있는 우리를
하느님께서는 벌써부터 마중 나와 계십니다.
결정적으로는 몸소 사람이 되심으로써 마중 나오셨습니다.
지금도 고해성사를 통해 통회하는 우리를 보시고 마중 나와주시며
당신 식탁으로 이끄시어 생명의 빵을 나누어 주십니다.”
(스콧 한, 새 마음을 주리라. 136쪽)

주님, 우리가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고,
진정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게 하소서.
아버지 품으로 돌아오는 형제자매들을 따뜻이 맞아들이며
하느님 아버지와 함께 기뻐하게 하소서.
영원한 아버지 집에 들기까지
당신 식탁에서 생명의 빵을 나누며 기뻐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