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성경에서 이처럼 말을 제일 잘한 사람이 누구일까요?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형을 받은 오른쪽에 있던 강도입니다.
죄수 하나가 예수님께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시오?
당신 자신과 우리도 구원해 보시오.”하고 빈정대며 그분을 모독했습니다.
그러자 오른쪽에 있던 강도가 나서서 그를 꾸짖으며 말합니다.
“같이 처형을 받는 주제에 너는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우리야 당연히 우리가 저지른 짓에 합당한 벌을 받지만,
이분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으셨다.”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루카 23,42)하고 말씀드립니다.
이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보다 훨씬 더 값진
구원을 얻게 되었습니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잘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겸손하게 주님께 자비를 청했던 것이죠.
자신의 잘못과 허물을 아는 사람은 겸손합니다.
함부로 남에 대해 판단하거나 단죄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허물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더 문제이면서도 그것을 몰라요.
게다가 거만하고, 타인의 작은 티 하나를 보고도
판단하고 단죄하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들은 남에 대해 입도 함부로 놀립니다.
남에게 조언을 하려는 의도에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좋은 말로 조언이지, 어찌보면
남들을 어떤 기준에 따라 재단하고 판단하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
조언을 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흉을 보는 마음,
뒷담화가 없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물론 사랑하는 친구, 가족, 이웃이기에
잘못된 점을 고쳤으면 하는 마음에서 알려주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죠.
물론 누군가는 해야할 몫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아름다운 말로 조언을 한다 하더라도
그 안에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그저 흉을 보는 일일 뿐입니다.
더욱이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그 사람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뒷담화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으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형제의 눈에 있는 티를 뚜렷이 보고 빼낼 수 있을 것이다.”
미사 때 우리는 일어서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많이 지었다고,
자주 의무를 소홀히 하였노라 고백합니다.
가슴까지 세 번이나 치면서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그런데 때로는 죄를 인정하고 고백하기보다
다른 사람 탓을 하고, 하느님에게까지 그 탓을 돌리는 게
우리의 모습이지 않습니까?
아담과 하와가 간교한 뱀의 유혹에 넘어가
따 먹어서는 안 되는 그 열매를 따 먹었습니다.
그 순간 그들은 자신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서 두렁이를 만들어 입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피해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담을 부르십니다. “너 어디 있느냐?”
이 질문을 시작으로 몇 번의 질문과 대답이 이어지는데,
사람은 탓을 돌릴 뿐. 죄를 고백하지 않습니다.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제가 먹었습니다.”
“너는 어찌하여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으셨지만 여전히 고백을 하지 않았습니다.
“뱀이 저를 꾀어서 제가 따 먹었습니다.”
때로는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카인이 시기심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게 됩니다.
카인이 동생 아벨을 죽인 후에 하느님께서 그에게 물으십니다.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
하느님은 이미 다 아시고 카인에게 죄를 고백할 기회를 주십니다만
카인은 도리어 큰소리칩니다.
“모릅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하느님께 죄인임을 고백하지 못할 때,
그러니까 죄인이면서도 결백함을 자처할 때 참 무서운 사람이 됩니다.
자기 잘못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 합니다.
회개하지 않는 사람들은 누군가를 원망합니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그는 아니 나 자신이 될 수도 있죠.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전통이나 관례, 혹은 주변 환경을 탓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탓을 돌리고 책임을 회피합니다.
결국 카인이나 아담과 하와처럼 자신의 잘못을 모릅니다.
바오로 사도는 로마서에서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로마 5,20)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하는 사람, 죄가 많은 사람은
타인의 잘못과 실수에 대해 너그러워지기가 쉽습니다.
내가 한때는 저 사람보다 더 큰 죄인이었는데,
‘그래 살다보면 저런 잘못을 할 수 있지.’
그렇죠? 죄가 많은 곳엔 용서받은 은총도 큽니다.
자신의 죄와 허물을 아는 사람은,
형제의 허물을 보고 심판하거나 단죄하지 못합니다.
나도 많은 죄를 용서받았는걸요.
하느님께서도 죄 많은 이를 용서해주시고,
죄인에게도 햇빛과 비를 내려주시는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 형제를 단죄한단 말입니까?
지난달 영화 ‘아저씨’ 아역 출신 김새론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3년 전 음주운전을 하다 변압기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는데요.
잘못을 반성하고 피해보상을 마쳤고 벌금도 냈습니다.
이후 배우로서 복귀를 준비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따갑기만 했습니다.
모 유투버는 전화까지 걸며 괴롭혔고,
대중들의 계속되는 비난에 못 이겨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정신의학과 조교수가 이와 관련해 sns에 글을 남겼는데요.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게임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나 교수는 ‘음주음전은 아주 큰 잘못이고,
처벌이 약하다면 법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잘못 했다고 해서 재기의 기회도 없이
사람을 사회에서 매장키시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닌 것 같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또 ‘김새론 배우의 죽음은
벼랑 끝에 내몰린 죽음이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사회적 대화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재기의 기회도 없이 사람을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사회는
내 눈 속에 들보는 보지 못하고
형제의 눈에 있는 티를 보고 단죄하고 비난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그가 잘못을 뉘우치고 죄에 따른 책임을 다할 때,
그 잘못과 실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하고
포용하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부터 그렇게 살아갑시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께 용서받은 사람,
자비를 입은 사람이지 않습니까?
우리들의 마음엔 주님께서 함께하십니다.
우리 마음 안에 하느님으로 가득 채웁시다.
하느님의 말씀으로, 하느님으로 가득 찰 때,
선한 것이 나오게 되겠지요?
용서하고 자비를 베풀고 사랑으로 보듬는 말을
많이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께 뿌리내린 사랑으로
좋은 열매를 맺는 싱싱한 나무가 되기를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