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길 원합니다.
문제는, 행복을 어디에서 찾느냐?
어떤 방식으로 행복하길 원하는가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미 우리들은 알고 있습니다.
행복이란 ‘돈으로 살 수 있는 어떤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요.
루카복음에 따르면, 예수님께서 열두 사도와 함께
본격적으로 공생활을 시작하시며
처음으로 말씀하신 주제가 ‘행복과 불행’입니다.
그만큼 주님은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라시는 것이죠.
오늘 복음에서 “행복”이라고 번역된 그리스어는 ‘마카리오스’입니다.
마카리오스는 하느님의 축복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영어로 번역하면 ‘be happy’가 아니라 ‘blessed’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행복은 우연히 주어지는 행복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축복해주시기 때문에 얻는 행복입니다.
참된 행복은 하느님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행복하길 원한다면 하느님을 만나야 합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침체되고 냉담하며 무미건조해집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질수록 행복과 거리가 멀어집니다.
1독서 예례미야서의 말씀처럼, 주님을 신뢰하고
주님 안에 뿌리를 내리는 이는 어떤 무더위가 닥쳐와도 두려움 없이,
그 잎이 푸르고, 가문 해에도 걱정 없이, 줄곧 열매를 맺습니다.
주님을 신뢰하는 사람, 하느님과 함께하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 가운데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포도나무 비유를 통해 예수님은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4-5)고 하셨습니다.
주님 없이는 열매를 맺을 수 없어요.
하느님에게서 멀어진 채 참된 행복에 이룰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들, 지금 굶주리는 사람들,
지금 우는 사람들, 주님 때문에 쫓겨나고 모욕당하면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가난과 굶주림 그 자체는 결코 행복이 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비록 가진 게 없어 가난할지라도
하느님 나라를 가질 수 있기에 행복한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굶주릴지라도 배부르게 될 것이란
희망이 있기에 행복한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아프고 외롭고 슬퍼서 눈물을 흘릴지라도
웃게 될 것이기 때문에 행복한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미움을 받고, 박해를 당할지라도
하느님 나라에서 받을 상이 크기 때문에 행복한 것입니다.
하느님을 만난 사람은 현세의 삶만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멀리 눈을 들어 하느님께 희망을 둘 줄 압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가 현세만을 위하여
그리스도께 희망을 걸고 있다면, 우리는 모든 인간 가운데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일 것입니다.”
우리도 주님처럼 부활하리라 믿고 희망하기 때문에
그 어떠한 처지에서도 행복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고인이 된 최인호 베드로 작가는 암 투병 중에
“최인호의 인생”이라는 수필집을 남겼는데,
거기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들이 이 순간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것은
이 세상 어딘가에서 까닭 없이 울고 있는 사람의 눈물 때문이다.
우리들이 건강한 것은 어딘가에서
까닭 없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 덕분이다.
우리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은
어딘가에서 까닭 없이 굶주리는 사람들의 희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세상 어딘가에서 울부짓고 있는 사람과
주리고 목마른 사람과 아픈 사람과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두려워하지 말기를.
내가 울고, 내가 굶주리고, 내가 슬퍼하고,
내가 병으로 십자가를 지고 신음하면
우리 자신 보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은
바로 우리 곁에서 이렇게 위로하고 계신다.
“슬퍼하지 마라.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내가 너와 함께 굶고
너와 함께 고통받고
너와 함께 신음하고 있다.
하늘나라가 너의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반대로 부유한 사람들,
지금 배부른 사람들, 지금 웃는 사람들,
모든 사람들로부터 좋은 말을 듣는 사람들은 불행하다고 하십니다.
하느님을 모르고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삶 따위는 생각지도 못하고,
현세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기를 바란다면
그는 불행한 사람입니다.
부유함이 영원히 지속되지 못하거든요.
하느님 나라에 보화를 쌓아두어야 진정 부유한 사람이지요.
영원이라는 시간에서 볼 때
현세의 삶은 얼마나 짧습니까?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에서 하느님을 만난다는 것,
주님을 아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신앙인은 가난한 사람, 굶주리는 사람,
슬퍼하는 사람, 아픈 사람, 외로운 사람,
눈물 흘리는 모든 이들과 가진 것을 나누고자 합니다.
최인호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행복하게 웃고 있어도
까닭 없이 울고 있는 이들의 눈물을 생각합니다.
신앙인은 하느님께서 나 자신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주신 이유를 알기 때문에,
부유해도 나누고 베푸는 삶으로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신앙인들은 주님께서 함께하시기에
이래도 행복하고 저래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 가운데에도 줄곧 열매를 맺는 복된 이들이 됩니다.
사도 바오로는 필리피인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어떠한 처지에서도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1-13)
하느님 안에서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든 행복합니다.
가난해도 굶주려도 외로워 눈물 흘릴 때도
주님께서 늘 우리와 함께하시기 때문에 언제라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안에 주님께서 계시지 않습니까?
오늘도 성체를 모시며 하느님의 마땅한 거처가 되길 기도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소중하고 귀한 자녀입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눈앞에 놓인 가난 앞에서,
시련 앞에서 낙심하지 말고 앞날을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님을 신뢰하고 하느님 나라를 희망하며 앞으로 나아갑시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를 위한 큰 상을 마련해 놓고 기다리십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신뢰하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