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고 계신 형제, 자매님들께
가을이 지나 겨울로 접어드는 요즘 날씨가 참 을씨년스럽습니다.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과, 황금빛 물결로 출렁이던 들판이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가난의 빈 들이 되어 있는 풍경을 보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 한편을 들어보시지 않겠습니까?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윤동주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가 몇 가지 있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는지에 대해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하기 위해
지금 많은 이들을 사랑해야겠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대답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냐고 물을 것입니다.
나는 그때 기쁘게 대답하기 위해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꿔 나가겠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놓아
좋은 말과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 나가겠습니다.
이 늦가을과 초겨울에 딱 어울리는, 읽을수록 깊은 맛이 나는 시인 것 같아 형제, 자매님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잠시 쉬고 계신 형제, 자매님
저와 교회는 형제, 자매님을 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형제, 자매님께 하느님의 따뜻한 돌보심과 사랑과 위로가 함께 하길 늘 기도하고 있습니다. 중심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더욱 강한 인력으로 끌어당기는 고무줄처럼 하느님의 사랑도 잠시 쉬고 계신 형제, 자매님에 대한 고무줄 같은 사랑을 멈추지 않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형제, 자매님께서 잠시 쉬고 계신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요. 그 모든 어려움과 심적 갈등과 아픔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하느님께서 그 모든 어려움과 갈등과 아픔을 손수 어루만져 주시고 치유해 주시길 마음을 다해 기도드립니다. 그리하여 세례 때의 기쁜 마음과 환한 웃음으로 형제, 자매님을 다시 교회 공동체에서 만나 뵙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끝으로 바오로 사도께서 콜로새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로 여러분에게 인사합니다.
“여러분을 위하여 끊임없이 기도하며 간청하고 있습니다. 곧 여러분이 모든 영적 지혜와 깨달음 덕분에 하느님의 뜻을 아는 지식으로 충만해져, 주님께 합당하게 살아감으로써 모든 면에서 그분 마음에 들고 온갖 선행으로 열매를 맺으며 하느님을 아는 지식으로 자라기를 빕니다.”(콜로새1,9-10)
그럼 형제, 자매님께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과 평화가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하며 이만 줄입니다.
주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절에, 잠시 쉬고 계신 형제, 자매님을 기다리며
2011년 12 월 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주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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