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교 대구대교구 인동성당 :::

저와 같이 근무하는 직원 중에 결혼한지 2년 밖에 안 되는 직원이 있는데....
어느 날 밤늦게 야근하는 제방엘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김 박사님... 여기서 자면 안될까요?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묻지도 않고 "그래라"하고는 스탠드를 켜고 불을 껐습니다...
그리고 새벽 2시쯤 퇴근을 했지요....
그날밤 집에 도착하자마자 새벽 두 시 넘어서 비상연락망 주소에있는 그 직원집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아주머니가 받으시기에....
남편이 제 실험실에서 자고 있으니... 걱정하시지 마시고 주무시라고....
"예 김 박사님 전화 주셔서 고마워요.." 그리고 훌쩍 거리시더군요....
그래서 "세상사 내 맘대로 안되는게 많아요....
어떨 때는 기다리는 게 필요해요.....
잘 주무세요....."
그리고 아침에 출근해서 그 직원을 불렀습니다.
"요즘 힘드니?"
"아니요"
"다음부터는 어떤 일이 있어도 집나와서 아내 놔두고 밖에서
자는일이 없도록 해라... 그건 해결책이 못된다..."
"막사님 아내랑 문제가 있는 거 어떻게 아셨으요?"
"결혼한 남자가 야밤에 술도 안먹고 맨정신으로 밖에서 자겠다는데....
꼭 물어 봐야 알겠니?"
그랬더니.... 이야기를 하는데......

"아내가 시집을 왔으면 우리 집사람인데....
우리 집 식구가 되기 싫은가봐요....
생전가야 시부모한테 전화도 잘 안하고....
엄마는 니네처 왜그러냐? 가정교육이 덜 된 것 같다...는둥....
저만 욕먹고 미치겟으요...."
"그렇니? 근데 우리 아내도 그러는데....
별 문제가 아니구먼...."
"예? 사모님도 그래요?"
"이야기 하나 해줄까?"

28살의 나이에 아들 하나 장가 잘 보내 보겠다고
잔뜩 기대하는 어머니께.... 화상으로 한쪽 얼굴이 흉터로 빨갛게 타 버린 여자를
결혼하겠다고 데리고 왔어....
네가 어머니라면 그런 여잘 쉽게 며느리로 받아들이고 싶겠어....
그리고 우리 어머니는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아가씨는 우리막내 신부감이 아닌 것 같다"고 거절하고
아내가 보는 그 자리에서 내게 욕을 퍼부어 댔었지
"야이 미친놈아 어디 여자가 없어서 이런 여잘 데리고 와서는 ......
공부만 열심히 했지... 세상 물정이라고는....."
그래서 아내를 보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데....
안되겠데... 그래서 데리고 나왔는데....
아내가 그러더라...."오빠 미안해! 내가 잘못 생각한건가봐....
오빠 입장은 생각 안했어... 이대로 없던일로해...."
그리고 우는데.... 난감하데....
그래서 아내에게 이야기했어....
내 가정은 내가 만들고 끝까지 지켜 주겠다고 말이다...
다음날 나는 아내랑 구청에 가서 호적을 떼고 혼인신고를 해 버렸어...
그리고 한 달 후에 다시 혼자가서 아버님과 어머님께 꼭 결혼하겠다고 했는데...
아버님이 "야가 제정신이가.... 미친새끼..." 하시더라....
그래서 "아버님 죄송하지만.... 저 이미 그 여자랑 혼인신고 했습니다...."
그날밤 아버님은 집안 세간살이 다 부수고 난 거의 죽을 정도로 맞았어....
"다시는 내 집에 얼씬 거리지 말라....개새끼....."

두 달 후에 결혼식을 올렸는데...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아내를 데리고 또 찾아갔어.....
아무 말씀이 없으시데.....
"아버님 10월 **일날이 좋답니다..... 그 날로 했으면 해요....."
그러니까 .... 돌아앉으시더라....
밖에서 어머니가 들어오시더니.... 알았으니까
돌아가라고 하시면서 흐느껴... 우시데....
세상에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있나?.... 그래서
"어머니 죄송해요.... 이 죄는 꼭 갚을께요..."

결혼식날 아버님 어머님 오셨는데.....
끝까지 아무 말씀 없으셨어.....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데....
아내가 상심할 것 같아서 꾹 참았지.....
난 어머님과 아버님께 불효자식이었어....

결혼해서 회사 사택에서 나와서 전세를 얻어 갔는데....
처가에서 전세집부터 모든 것을 마련했지...
아내가 그러더라....
"다시 태어나도 오빠를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러나 늦은밤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아내 몰래 참 많이도 울었지....

"그래....
네처가 너희집 식구가 아닌 것 같다고......
너의 아이의 엄마다.....
언제나 사랑은 내리 사랑이지....
우리 어머니도 아버님도 나를 이기시지는 못했어.....
자식이기는 부모는 세상에 없으시니까....
너를 사랑하시는 만큼 네 아내도 사랑하게 될 때까지 기다려라...
네가 전화를 자주 안한다고 네 어머니 그토록 섭섭해 하시니?"
"아니오"
"그래.... 때로는 우리가 사는세상 시간이 해결해 줄 때가 있다...."

"중요한건 말이다....
너와 그리고 너의 아내.... 그리고 너의 아들.....
이 조촐한 세 사람이 가족이란걸 잊지 말아라...."

문제 하나 풀어 볼래?
"아내랑 아들이랑 물에 빠졌어.... 넌 누굴 살리겠어?"
"그야 자식은 또 낳을 수 있으니까.... 아내를 살려야죠...."
"그럼 물에 빠진 아내는 남편의 손을 잡을까?"
"...................."
"그래... 아내는 아기를 내밀고 자기는 죽겠지....
왜? 엄마니까!"

"그럼 엄마와 아기가 빠졌어... 누굴 살릴래?"
"천륜이니까 엄마를 살려야죠...."
"엄마가 손자 죽는걸 보고 네 손 잡을까?"
"..................."
"그래... 기꺼이 엄마는 손자를 살리시려고 네 손을 잡지 않으실게다.."

"그럼 엄마와 아내가 빠졌다면?"
"............................."
"대답 못하겠니?"
"아니오 엄마를 살려야 할 것 같아요"
"그렇니?..... 나라면 그 상황에서는.......
내가 그 물 속에 들어가고 아내는 밖으로 보내고 어머니랑 같이 죽을 거다..."
"왜요?"
"내게 아이셋이 있다.... 그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필요해!!"

어머니를 살리지 못한 불효는 죽음으로 갚고
우리 아이들의 품으로 엄마는 돌려보낼꺼다...
.
.
.
.
사랑하며 살거라!!

2002년 5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