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교 대구대교구 인동성당 :::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를 입학하던 해였다. 3월 2일 정도로 기억되는데...
신입생 입학식을 치르는 그 날 저 맨뒤쪽에 작은키의 학생이 목발을 짚고 땅을 쳐다보며 서 있었다... 나는 그 때 그 아이를 유심히 보았고... 그리고 나는 뒤쪽으로 가서 그 아이의 옆에 섰다...
"어느 학교 졸업했니?"
"응 동해나왔어..."
"그래? 난 부곡 나왔는데..."
그리고 그 날 같은 반이 된 우리는 3년간 단짝이 되었다...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을 올라가는 날...
담임선생님은 나를 부르셨다....
전교 수석을 다투는 너희 둘이가 항상 한사람은 친구의 책가방을 들고....
그리고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돌보는 너를 지켜보았다.....

때로는 학생이 선생을 가르치더구나.... 교무실에서 너희 둘이가 늦은밤 독서실에서 나오며... 절뚝거리는 친구를 부축하고 가는걸 볼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졌었다....
이번 2학년에는 성적순으로 배정하느라 나눠놔야 되는데... 특별히 한 반에 넣었다...
열심히 하거라...
"감사합니다...선생님"
그리고 우리는 고3년을 같은반에서 짝꿍으로 보냈고....
대학 입학시험을 치르고.... 같은 대학에 원서를 썼다....
원서를 쓰는 날 고3담임선생님 나를 보시더니....
"때로는 말이다... 사람이 울고 싶을 때가 있는기라...."
"그래... 그래서 세상은 살만한 거 아니겄나..."
내 짝꿍은 그 날 약대를 썼고.... 나는 공과대학 전기전자공학부를 들어갔다...

대학에서 학과신청을 하는날.....
나는 짝꿍의 학과목을 들고 교내를 돌아다녔다... 수업은 어디서 하는지....
계단을 몇 층을 올라가야 하는지 ... 그런곳이 몇 군데나 되는지...
그 중에 약학대학 4층에 수업이 들어있던 Organic Chemistry(유기 화학)가 제일 큰 난코스였다...
그래서 나는 학과 교수님께 찾아갔었지.. 물론 너는 지금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번에 입학한 신입생 XX니다 교수님 이번에 들어온 신입생 중에 다리가 불편한 친구가 있습니다. 2교시에 수업을 마치고 10분 후에 다시 재료관에 수업을 받으러 가기에는 너무 힘들고 제 시간에 도착하기가 불가능합니다.... 1층에 비어있는 다른 강의실을 이용해 주셨으면 해서 찾아왔습니다."
"자네와는 어떤 관계인가?"
"친굽니다."
"친구라...... 친구 수업이 걱정되서 강의실을 확인하고 다닌다....
알았으요... 내가 알아서 하지요... 학생은 무슨 과지?"
"전기전자공학부의 XX입니다."

그 후로 그 여교수님께서 얼마나 극진히 네 수업을 챙기셨는지...
지금도 고맙기 그지없다....

그래도 그 4년간은 너에게도 나에게도 너무도 힘든 시간들이었지...
널 강의실에 앉혀 놓고 수업에 들어가면 거의 시간에 맞춰 강의를 들어본 적이 없었고 결국 회"인생이란 성실한 사람이 성공하는기라... 사람이 먼저 사람이 되고나서 다른 게 되는기지... 너 전과목 수업에 다 지각이라고 교"수님들이 그러더라..."
결국 난 그 과목 시험에 만점 답안지를 써 내고도 F를 받았다...
때로는 옳다고 생각되는 일에도 아픔이 따르더구나....
혹시나 사실대로 이야기했더라면 이해 가 될 수도 있으련만... 그래도 친구를 팔아먹기는 싫었었다...

대학 2학년때었지... 네가 간호학교 신입생 여학생을 보고 반해서 사랑의 열병을 앓았는데...
그 여학생을 만나 수 차례 설득했지만 사랑은 우정으로도 해결이 안되더구나...
결국 그 여학생이 나만 보면 도망 다니는 사태까지 발생해서....
도와준다는 게 결국 조금의 도움이 되어주질 못했었다...

그 후~

친구는 대학 졸업 후 부민동에서 약국을 개업하고 영업을 시작했고...
저는 대학원 과정을 끝내기까지 학교에 남아 있었습니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소포로 날아오던 영양제.... 박카스 등....
같은과 원생들이 약물중독 되겠다고 웃기곤 했었지요....

그리고 나는 대덕연구단지로 갔고... 대학 후배인 음악과 여학생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결혼 일주일전 친구와 해운대 하이얏트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습니다.
화상으로 일그러진 제 아내를 보더니 친구는 빙그레 웃더군요...
"그래 너는 항상 다른 사람과 달랐어... 그런데 네 선택은 항상 옳았던 거 같애... 잘 살어라.."
그리고 그 다음에 한 말에 우리 아내는 챙피해 죽을뻔하게 만들었답니다....
"제수씨 약을 좀 가져왔는데... 임신중이라 안되겠네요... 결혼식 마치고 제가 집으로 보내 드리지요"
"헉~~~결혼 1주일전에 임신 3개월인걸 어떻게 알고..."
친구는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여튼 귀신을 속여도 그넘 눈치는 못 속이겠더군요...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 후 연구단지 사택에 들어와 보니.... 부산에서 친구가 소포를 보냈더군요..
라면박스하나 그리고 작은박스 하나.... 그래서 큰 박스를 열었는데.... 이게 전부 콘돔이었답니다....
"1년치 넣었는데... 부족하면 얘기해라"
아래랑 배꼽잡고 눈물이 나올 때까지 웃었답니다....
"어이그 짖꿎은 넘..."
결혼 후 아직 친구가 준 콘돔의 1/5도 다 못쓰고 큰아들 놈이 풍선이라고 불고 다닌답니다.

그리고 결혼 후 부산에 내려가 부산 춘해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던 친구의 첫사랑을 아내와 함께 만났답니다... 그 여학생 부산대학병원에서 의과대생이랑 연애를 했는데... 결국 헤어지고 ... 그 실연의 아픔이 넘 컸던지... 근무하던 병원을 옮겨 춘해병원에 있었지요....

그 날 아내가 그 후배한테 그러더군요....
사람들이 사랑이란 달콤한 핑크색인줄 알고 있는데...
자기에게 있어서는 사랑이란 고귀하고 깨끗한 순백의 흰색이었다고....
신은 인간에게 하나가 부족하면 그 나머지 하나를 꼭 채워 주시는데....
나에게 신은 더 크고 좋은 걸로 채워 주셨다고....
그 분도 신이 어떤 더 좋은 것으로 채워 주셨는지... 만나서 꼭 확인해 보시라고...

그리고 3개월 후 그 친구가 그 간호사랑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는데...
피로연에서 그 간호사가 제 아내에게 그러더군요....

"사랑이란 핑크색인줄 알았는데... 그래서 너무 가슴이 아픈 적이 있었는데...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순백의 깨끗한 흰색이더군요...."

"우리 그이 너무 좋은 사람이었으요.... 이런 분 놓치지 않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네가 김해공항에서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신혼여행을 떠나는 날....
하늘은 너무도 맑고 푸르더구나..

"친구(親舊)"- "오래 두고 사귄 벗"

행복해라 친구야 .... 내가 죽는날까지 지켜보마!!!

이 글 역시 제가 좋아하는 분의 글입니다.
태풍 나비가 올라오고 있네요...피해입지 않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